
“나 지금 6번 출구인데 너 안 보이는데?” “나도 6번 출군데?;;;; 너 어디 있어? 잠깐, 너 을지로 입구 6번 출구 맞지?????” “헐? 니가 을지로 3가로 오래매?” “그런 적 없거든???!!!!! 휴.. 기다려봐. 다시 우리가 거기로 갈게.”
이렇게 해서 우리는 을지로 3가에 오구반점에 가게 되었다.
이날은 뭔가 되지 않는 날이었다. 이 좁은 서울에서 학교도 가깝고, 집도 가까운 나의 친구들이 함께 만나려면 머리가 깨지도록 스케쥴 조정을 해야 한다. 서로의 스케쥴 조율이 안 되어서 고전하고 있던 도중 내가 “나 이제 미국 가면 영영 넷이 언제 다시 못 볼지 몰라. 지금도 이런데, 앞으로 언제 다시 볼 건데?”라고 짜증내면서 지랄했더니 기적적으로 약속을 어떻게 잡기는 했는데, 한 명은 사정이 생겨서 이리저리 돌아갔다 와야 한다고 하고 한 명은 버스를 잘 못 타서 엉뚱한 데로 가고 있다고 하고.. 그나마 남은 나랑 한 명끼리라도 날씨가 좋으니 경복궁 구경하자!며 찾아간 경복궁은 마침 휴관. 이제 어디서 만나서 뭘 하지??라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명동에 개화를 가자고 정하고 버스를 잘 못 탄 아이에게 을지로 입구 6번 출구로 와- 라고 말하니 걔가 가 있는 곳은 을지로 3가 6번 출구..
괘, 괜찮아! 을지로 3가에도 맛있는 중국집 있어. 오구반점 가자>_< 라고 해서 20분, 늦어도 30분이면 만날 수 있었던 거리를 우리는 빙빙 돌아서 3시간 만에 겨우 만났다. 물론 을지로 3가에서 내려서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오구반점을 못 찾아서 또 다시 헤맨 것은 당연지사. 쓰러져가는 허름한 외관과 샐러리맨들(아저씨들)밖에없는 이 곳에서 친구들은 나에게 “여기 정말 괜찮은 거냐-_-+++??? 맛있어??”라고 물어봤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. 내가 저번에 오.로.지 오구반점에서 먹기 위해서 1시간 걸려서 이곳에 도착했을 땐 오구반점이 쉬는 날이라 못 먹어봤거덩..OTL 맛있다니까.. 괜찮을 거야. 설레며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중국집오브더중국집스러운 짬짜군. 바로 짜장면 짬뽕 군만두.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서 말도 한마디 안 하며 감동스럽게 군만두를 흡입했다. “으아 이거 진짜 특이하고 맛있다! 소소야 미안해 !! 너의 맛집 스캔능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었어 ㅠㅠ “ 앞면은 바삭바삭 뒷면은 쫄깃하고 속에 두부가 들어간 군만두는 맛있었고, 독특한 맛의 짬뽕 국물도 만족스러웠다.
예전에 정작 내가 1시간이 걸려서 일부러 오구반점에 찾아갔을 때에는 못 먹었지만, 이렇게 겹치고 겹친 우연들로 인해서 우리는 맛있는 군만두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.
인생이란 이런 우연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?
난 예전에 내가 앞으로 할 일을 1분 1초 단위로 세세하게 계획하고 그 중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하고, 괴로워했다. 꼭 모든 것이 실패한 것처럼. 계획이 100% 성공할 수 없다. 특히 나처럼 여유시간도 계산 안 하고 1분 1초 단위로 계획 했을 때는 더더욱. 그러니 더 많이 실패할 수 밖에 없고,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. 내 인생의 자주권이 나한테 없다고 생각 되었으니, 뭘 해도 행복 할 리가. 그렇지만 이렇게 둘러 둘러서 참으로 많이 돌아왔지만 결국엔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었고, 맛있는 군만두도 먹을 수 있었다. 인생은 참 뜻한 대로 되지 않는다. 이러한 의외성.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즐거움이 아닐까. 여행지에 가서 몇 시 몇 분까지 이곳을 가서 관광하고, 이 식당에 가서 이 메뉴를 먹고… 이렇게 스케쥴 짜서는 제대로 되지도 않고 별로 재미도 없다. 마카오에서 길을 헤매다가 발견한 연유토스트와 라이차가 맛있는 동네식당을 발견하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일 것이다. 이런 걸 왜 몰랐을까? 왜 그렇게 빡빡하게 살았을까?
어제는 우연히 이이언님과 만나서 사진도 찍고, 싸인도 받고, 소..손도 잡았다 (나같은 게 이언오빠의 섬섬옥수 같은 손을 잡아서 더럽힌 게 아닌지 ㅠ_ㅠ)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 도중에 이언님이 “2시 반에 싸인회가 있다고 하네요” 라고 하셨을 땐 꺄악!했다. 서재페 오면서 좋아하는 여기 출연하는 아티스트분들의 씨디랑 매직까지 챙겨왔기 때문이다. 길가다가 만날 까봐.(정작 필요한 돗자리나 음료수 같은 건 안 챙김. 이건 또 무슨 준비성이래?) 그런데……어디서 하는데요…? 스태프분들도 당황하면서 모른대……… 약 삼 십분 정도 한참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.. 허걱 저 길에 지나가는 저 사람은 이언님!!!!!!!!!!!!!!!!!!!!!!!!!!!!!!!!!! 꺄악!!!!!!!!!!!!!!!!!!!!!!!!!!!!!! 다가가서 마구마구 주절거렸다. 엉엉 이게 무슨 주책이래. 나야 매일매일 이언님의 음악을 듣고 그 분의 글을 읽으니 매우 가까운 사람같이 느껴지는데, 이언님 입장에서는 나는 그냥 모르는 사람일텐데 ㅠ_ㅠ… 생각이 없어! 이언님은낯을 많이 가리시는 지 말이 잘 없으셔…. 생각해보니 말은 많이 했는데 다 옆에 분이 (내 기억이 맞다면 키보드에 CK님^^?;;; 맞나..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서..) 이언님 대변인처럼 다 대답해주셨다. 여튼 이..이언님 얘기는 나중에 다시 쓰고 . 내가 만약 이언님이 2시 30분 정각에 나오시지 않으셨어!! 젠장 다른 공연도 보러 가야하고 그런데 스케쥴 꼬였다!! 라고 화내거나 그냥 2시 반 이후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면 이런 기회는 없었겠지. 정말로 우연한 기회, 큰 기쁨.
Life Unexpected라는 드라마가 있다. 우연치 않은 일들로 인생이 바뀌고, 그것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해서 처참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빛과 희망을 발견하는 내용. 어디선가 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지도 몰라. 아니, 이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지도 몰라. 그러니까 이젠 그만 너무 조바심 내고, 그만해.
어차피 나는 이렇게 다짐해도 결국 계속해서 계획하고 또 계획하겠지. 아무래도 그게 내 본능이니까. 그렇다고 해서 그 본능의 길로 쭉 따라 가는 것이 맞는 것은 아니다. 그래서 이런 식으로 브레이크를 건다. 이제는 그만 조바심을 내도록 해. 괜찮아. 팍팍한 인생에 달콤한 윤활유를 뿌리자. 실은 아예 조바심을 안 내면 안 된다고 늘 마음 속 깊이 생각하고 있기에 결국은 그것을 버리지는 않는다. 앞으로 어떻게 할까에 너무나 골몰하며 지금의 우연한 즐거움을 못 찾아서 불행에 함몰되어서도 안 되지만, 대책 없이 막 사는 것도 안 돼. 그러니까, 그 어느 곳의 균형점. 그것을 찾아서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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